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가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가운데, 잭슨홀 미팅을 앞둔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달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8월 수출이 반도체·선박·승용차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관세 우려는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환율 상단은 투자심리 악화로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1,400원 부근에서 불안한 균형
전일 달러/원 환율은 1,397원으로 소폭 하락 개장했지만 장중 내내 변동성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장중 한때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결국 1,398.4원에 마감하면서 빅피겨(1,400원)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1,4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마감 이후 역외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맞물리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을 상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담은 남아 있었고, NDF 시장에서는 전일 대비 2.6원 상승한 1,398.6원에 형성되며 큰 폭의 돌파는 없었습니다.
오늘 환율은 달러 강세와 뉴욕증시 조정, 그리고 잭슨홀 미팅 기대감 약화 등을 반영하며 1,400원 근접에서 등락이 예상됩니다. 최근 달러화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증시가 나스닥 지수 흐름과 동조하면서 기술주 부진이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원화 약세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율 상단에서는 당국의 개입 경계와 수출 네고 물량이 저항선을 형성하겠지만, 시장 전반에 퍼져 있는 위험회피 심리가 하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환율은 좁은 박스권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잭슨홀 앞두고 매파적 연준이 달러 지지
전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강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시장은 파월 의장이 매파적 기조를 재확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7월 FOMC 의사록에서도 다수 위원들이 물가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달러화 지수는 전일 대비 0.43% 상승한 98.66pt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경제지표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습니다. 발표된 S&P 글로벌 미국 8월 제조업 PMI 잠정치는 53.3으로 예상치 49.7을 크게 상회하며 제조업 경기의 견고함을 시사했습니다.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동시에 확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달러화 가치 방어에 힘을 실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도 단기·장기 구간 모두 소폭 상승했고, 달러/엔 환율은 다시 148엔을 상회하며 달러 강세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반면, 뉴욕증시는 호재 부족과 기술주 거품론 확산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나스닥 지수가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었고, 이는 다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잭슨홀 미팅에서 매파적 발언이 재확인될 경우 달러 강세는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상단을 유지하는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수출 호조, 관세 우려 완화로 환율 하방 지지
국내 측면에서는 다소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8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35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수입은 0.4%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와 선박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승용차 수출은 전년 대비 21.7% 증가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도 충격이 제한적임을 시사했습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2.7%, 유럽연합 수출이 0.1% 증가했으나, 미국향 수출은 2.7% 감소했습니다. 미국향 주요 수출품목인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큰 폭의 하락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원화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환율의 하방은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한국 수출이 관세 부담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환율 급등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하겠지만,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기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1,400원 부근의 상단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