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완화됐음에도 국내 세법 개편 발표로 증시가 급락하고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고용 쇼크 이후 달러 약세가 나타나며 환율은 1,386원으로 되돌림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용·제조업·소비지표 부진이 겹치면서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기대가 급격히 확산됐고,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관세 여진과 한국 수출 둔화 우려가 환율 하방을 제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용 쇼크 이후 불안한 흐름 지속
달러/원 환율은 최근 몇 거래일 동안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전일 장에서는 한미 협상 타결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세법 개정안 발표라는 악재가 증시에 충격을 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며 5월 이후 처음으로 ‘빅 피겨’ 위로 올라섰습니다. 종가 역시 1,401.4원으로 마감해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야간장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발표되면서 달러화가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섰고, 환율 역시 이에 연동되어 1,386.5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오늘 환율은 주말간 이어진 달러 약세와 역외 거래 결과를 반영해 1,390원 부근에서 다소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락이 곧 안정세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관세로 인한 한국 수출 둔화 우려,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 그리고 외국인들의 증시 매매 패턴이 원화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 하단은 기술적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인 1,383원 근처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단기적인 급등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용 충격 이후 글로벌 시장의 불안 심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환율은 당분간 방향성을 찾기보다는 좁은 범위에서 크게 흔들리는 ‘등락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고용 쇼크가 불러온 달러 약세
이번 환율 변동의 핵심은 미국의 고용 쇼크입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단 7만 3천 명 증가에 그치며 예상치 10만 4천 명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여기에 5월과 6월의 고용 수치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충격은 배가되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업률도 소폭 상승한 4.2%를 기록했으며, 제조업 업황과 소비심리 지표 역시 모두 부진하게 나왔습니다. 공급관리협회의 7월 제조업 PMI는 48.0pt로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며 위축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했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예상보다 낮게 집계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런 일련의 부진한 지표들은 달러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실제로 달러화 지수(DXY)는 1.35% 급락하며 98.70pt를 기록했고, 이는 최근 들어 가장 뚜렷한 약세 흐름 중 하나였습니다. 동시에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선물시장에서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9월 금리인하 확률이 30%대에 머물렀으나, 고용지표 발표 이후에는 9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단순한 25bp 인하에 그치지 않고 ‘빅 컷(50bp 인하)’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달러/원 환율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준이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들에 달려 있어, 투자자들은 주간 단위로 변동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세 여진과 한국 수출 둔화 우려
국내 시장을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은 여전히 ‘관세’입니다. 7월 31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긴 했습니다. 상호 관세율도 당초 예상했던 25%에서 15%로 낮춰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지난 수년간 사실상 ‘제로 관세’ 환경에서 수출을 이어왔다는 점입니다. 즉, 이번 협상으로 관세율이 인하되었다 하더라도 과거와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지난해 5월 0.2%에서 올해 5월에는 12.3%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1년 만에 11%p 넘게 오른 셈인데요, 이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7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5.9% 증가해 608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7월 중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전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합니다.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세 부담이 수출 실적에 반영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출은 단순히 기업 실적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출 둔화는 곧 성장률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달러 수급 환경 측면에서도, 수출 감소는 국내 달러 공급 축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약달러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의 흐름과 국내 경제 여건에 따라 하방이 제한되고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